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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총리 후보 6일 만에 낙마…정치 혼란 가중

등록 2018-05-28 16:47수정 2018-05-28 22:13

‘초짜’ 총리 지명자, 대통령의 재무장관 지명 거부에 퇴진
대통령 임시 ‘중립내각’ 추진…긴축재정론자 총리 지명
총선 석달 되도록 정부 못 꾸려…“대통령 탄핵” 주장도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됐던 주세페 콩테가 27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구성권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로마/신화 연합뉴스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됐던 주세페 콩테가 27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구성권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로마/신화 연합뉴스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 출범을 앞뒀던 이탈리아가 다시 정치 혼란에 빠졌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소속인 주세페 콩테 총리 지명자는 27일(현지시각) 정부 구성권을 반납하고 사퇴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과 멀어지려는 흐름을 끊으려고 각료 임명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제3의 인물을 총리로 지명했지만, 대통령 탄핵 요구까지 나온다.

콩테 지명자는 이날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들이 모인 ‘연합’이 합의한 내각 명단을 제출하려고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변화의 정부’를 구성하려는 임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법학 교수이자 ‘정치 초보자’인 그가 6일 만에 사임한 것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파올로 사보나를 재무장관에 앉히는 안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1993년 산업통상장관을 지낸 사보나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막대한 부채로 시름하는 상황에서 사보나를 재무장관에 앉히면 유럽 주변국들과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하는 정부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연립정부 구성 정당들이 감세와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뼈대로 한 ‘무분별한’ 재정 정책까지 내놨다.

그러나 오성운동과 ‘연합’의 승리로 끝난 3월4일 총선 뒤, 전후 최장기인 86일이나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결정에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연합’ 대표는 “이탈리아는 독일이나 프랑스, 금융 세력의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고,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재무장관을 빼고는 모든 것에 동의했다”, “아무도 내가 변화를 위한 정부 구성을 방해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3월 총선에서 19% 득표율에 그친 중도좌파 민주당 소속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28일 퀴리날레궁에서 자신이 새 총리로 지명한 카를로 코타렐리를 맞고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28일 퀴리날레궁에서 자신이 새 총리로 지명한 카를로 코타렐리를 맞고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마타렐라 대통령은 28일 경제학자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해온 카를로 코타렐리를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2013년 공공지출 검토 특별위원으로 활약한 코타렐리는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이는 안을 내놔 ‘미스터 가위’로 불린다. 중립내각을 이끌게 된 그는 의회가 합의한다면 내년 초, 그렇지 않으면 올 8월에 총선을 새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일격을 당하자 유로화와 이탈리아 국채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총선을 다시 치러도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오히려 더 득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디언>은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마타렐라 대통령의) 반대 움직임이 이탈리아인들을 자극하고 반유로 정서를 부채질할 수 있다”며 “새로 선거를 해도 오성운동과 ‘연합’에 더 많은 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선거에서 오성운동은 32.7%, ‘연합’은 37%를 득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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