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오른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4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회담이 성사되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반 멜니코프 러시아 두마(하원) 제1부의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4차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에 “9월 정상회담안을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푸틴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제4차 동방경제포럼은 9월11∼13일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초청 일시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인 1일 “두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설정 70돌을 맞아 조(북)-러 최고 영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키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수도 모스크바가 아닌 블라디보스토크를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한 것은 김 위원장의 해외 이동 동선을 줄이고, 한-러 간 경제협력에 북한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개발에 한-일 등 주변국들을 끌어내기 위해 2015년 창설한 회의체로 2016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해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남북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TKR) 건설과 한-러를 잇는 천연가스관을 연결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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