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 겸 기독사회연합 당대표가 2일 베를린 기독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난민 정책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난민 문제 견해차로 ‘이혼’ 직전까지 갔던 독일 기독민주연합(기민련)과 기독사회연합(기사련) 연정이 갈등을 봉합했다. 기민련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 겸 기사련 대표가 2일 장시간 대화 끝에 난민 정책에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제호퍼 장관은 이날 밤 베를린 기민련 당사를 떠나면서 “기민련과 기사련은 집중 토론 끝에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 입국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 심사 시설을 만들고, 이미 다른 국가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거친 이들은 해당국과 ‘협의해’ 돌려보내기로 했다.
제호퍼 장관은 전날 당 대표직과 내무장관직에서 모두 물러날 것이라고 배수진까지 치며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경책을 요구했다. 독일에 입국할 수 있는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이미 다른 유럽 국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이는 예외 없이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사의를 꺾지 않으면, 70년 가까이 이어진 기민련-기사련 동맹이 깨지고 연립정권이 과반 의석을 잃어 최악의 경우 메르켈 총리의 정치 인생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합의의 뼈대는 국경에 심사 기지를 세우고, 타국에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을 선별해 돌려보내는 것이다. 제호퍼 장관이 주장한 강경책에다 다른 국가와 ‘합의를 거친다’는 절충안을 넣어 간신히 연정 붕괴를 막았지만, 그동안 독일이 유지한 난민 포용책에서 후퇴한 합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애초 메르켈 총리는 타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을 일방적으로 신청국으로 돌려보낼 경우 유럽 국가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 솅겐조약에 위배되고 유럽의 결속력을 해친다며 반대해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가 2015년 주장한 난민 ‘환영 문화’(willkommenskultur)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마셜기금의 토마스 클라이네 브로크호프 부이사장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 자본은 고갈됐다. 우리는 메르켈 시대의 마지막 장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합의는 연립정부의 또다른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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