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초청을 받은 지 18개월 만에 영국을 방문한다. 여태껏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배경으로 대규모 반대 시위가 거론됐는데, 역시 런던 체류 일정이 최소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2일부터 나흘간 영국을 방문한다. 16일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일주일 동안 유럽 순방을 하게 된다.
그의 영국 일정은 런던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첫날엔 윈스턴 처칠 가문의 영지로 옥스퍼드셔주에 있는 블레넘궁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최하고 영국 기업인들이 함께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그날 밤에는 영국 주재 미국대사의 런던 관저에서 묵는다. 둘쨋날에는 런던 시내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가 아니라 런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체커스에서 메이 총리와 오찬을 한다. 이곳은 영국 총리의 별장용 관저다. 이날 오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윈저궁에서 만난다. 윈저궁은 런던 서쪽의 버크셔주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15일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기 소유의 골프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런던 밖의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다 보니 비행기와 헬리콥터도 이용할 계획이다.
‘고궁 순례’로 불러도 될 일정에 대해 우디 존슨 영국 주재 미국대사는 “인상적인” 방문을 위한 것이며 “대통령은 아무것도 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런던에서 그의 방문을 반대하며 펼쳐질 ‘저항의 축제’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7일 전했다.
‘저항의 축제’에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온 이들이 참여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 백악관을 찾아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영국 방문 계획을 취소하거나 미룬 것은 시위대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반트럼프 시위 조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저귀를 찬 모습의 6m 높이의 풍선을 영국 의회 상공에 띄우기로 했다.
분위기가 싸늘한 것은 영국만이 아니다. 7일에는 브뤼셀에서 ‘트럼프를 환영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단체가 개최한 시위에 수천명이 참여했다. 외신들은 유럽을 배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이 강하고, 최근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체포한 불법 월경자 부모-자녀 분리 수용이 반감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