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아기로 묘사한 대형 풍선이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거리에 등장한 가운데 시민들이 반 트럼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에든버러/AFP 연합뉴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영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반 트럼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수도 런던에서 25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14일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6만명(경찰 추산 9000명)이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로 모여 “덤프 트럼프”, “스톱 트럼프”를 외쳤다. ‘덤프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버리라는 의미로, 2016년 대선 기간부터 사용돼 온 반 트럼프 집회 구호다. 13일 런던 의회 위에 떠 있던 기저귀를 찬 ‘거대한 아기 트럼프’ 풍선은 이날 에든버러 상공 위로 옮겨왔다.
시민들은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행진을 시작해 미국 영사관, 공원을 지나며 ‘저항의 카니발’을 벌였다. 영국 시민 폴 트로터는 <시엔엔>(CNN)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잘못됐다고 가르치는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늘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 주최자 중 한 명인 커스티 헤이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이 스코틀랜드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시민들이 ‘트럼프와는 무역 하지 않는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이 지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든버러/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에서 보인 행동 하나하나가 영국인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특히 13일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걸어나가며 길을 막은 것을 두고 “골프 코스를 거니는 듯 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도 엘리자베스 여왕 앞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빼고 무릎을 구부리는 왕실 예절을 지키지 않았다며 입방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왕은 환상적인 여인이었고, 에너지가 충만했고 똑똑했다”고 칭찬하며 이런 논란을 무마시키려 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재벌이자 ‘절친’인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영국 타블로이드 일간 <더 선>과 인터뷰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 안으로 유럽연합(EU)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과 수익성 있는 무역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자신의 조언을 무시한 채 정반대 길로 갔다며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좋은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영국은 발칵 뒤집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선>의 인터뷰 기사는) 가짜 뉴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이틀 동안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턴베리 골프 클럽에서 휴식을 취하며 골프를 즐기고 있다. 이후 16일엔 핀란드 헬싱키로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임기 첫 정상회담을 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 등을 해킹한 혐의로 러시아군 정보기관 총정찰국 소속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하자 민주당이 크게 반발했다. 러시아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하라. 지금!”이라며 강력히 요구했고,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이번 기소는 크렘린이 트럼프 캠프를 도와주기 위해 직접 해킹을 지시했다는 뜻”이라며 미-러 정상회담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들이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회담이 미국을 더 좋은 곳으로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스코틀랜드는 트럼프에 대항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함께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에든버러/EPA 연합뉴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