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2015년 9월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사형제 반대입장을 밝혔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을 용인할 수 없다고 교리를 수정했다.
로마 교황청은 2일 “교회 교리에 비추어 볼 때 사형제는 인간의 불가침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용인할 수 없다”고 가톨릭 교리문답서 내용을 공식 변경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변경된 교리문답은 또 “매우 중대한 범죄들의 자행 뒤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증하는 깨달음이 있다”며 사형제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2년 선포한 가톨릭 교리문답서는 가톨릭 신자의 도덕적·사회적 기준 등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공식 지침서다. 이전 교리에는 “인간 생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사형제도뿐일 경우 사형제를 배제하지 않는다” 라고 명기돼 있다.
교황청은 교리 변경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의 교회가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지속해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미국 의회 연설에서 “모든 인간은 빼앗길 수 없는 존엄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가 최선의 길”이라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가톨릭 교리문답서 발간 25주년 기념 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제를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을 교리에 명기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형제에 대한 교회의 정책은 가르침이 고정되지 않고 현대의 관심사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한 분야라는 입장을 밝혔다.
역사적으로 가톨릭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대체로 사형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교황 비오 12세는 지난 1952년 사형제는 보편적인 생명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요한 바오르 2세는 가능하면, 투옥을 주장했으나, 프란치스코의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사형제는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제를 명확히 반대하고 공식 교리에 이를 명기하자고 제안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교리문답서 수정이 가톨릭 내 보혁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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