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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였나’ 이탈리아 다리 붕괴 사고 밤샘 수색…사망자 38명으로

등록 2018-08-15 12:03수정 2018-08-15 21:28

구조 당국, 잔해 속 생존자 구출에 전력
2008년 금융 위기 후 도로 건설 사업 비용 71% 급감
14일 이탈리아 리구리아주 제노바의 모란디 다리 중간 부분이 붕괴돼 있다. 제노바/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이탈리아 리구리아주 제노바의 모란디 다리 중간 부분이 붕괴돼 있다. 제노바/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이탈리아 제노바 에이(A)10 고속도로에 있는 모란디 다리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무너져 있는 모습. <안사> 통신 누리집 갈무리
14일 이탈리아 제노바 에이(A)10 고속도로에 있는 모란디 다리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무너져 있는 모습. <안사> 통신 누리집 갈무리

이탈리아판 ‘성수대교 붕괴 사고’인 제노바 다리 붕괴를 놓고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이틀째인 15일까지 3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제노바 모란디 다리 붕괴 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고 조사에 나선 검찰을 인용해, 참사 원인이 교량의 설계 결함에서 시작된 인재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14일 오전 11시30분께 폭우가 쏟아지던 A10 고속도로 모란디 다리의 80m 길이 상판이 무너진 뒤, 상판을 지탱하던 탑마저 쓰러졌다. 이 사고로 3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중상자가 여럿이라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68년 건설된 모란디 다리는 기둥을 세우고 대각선 케이블로 지탱하는 사장교이며, 총길이는 1.1㎞다. 다리를 설계한 건축가 리카르도 모란디(1902∼1989)는 철근 콘크리트를 즐겨 이용했던 도시 건축가로 알려져있다. 메흐디 카샤니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구조역학 부교수는 <인디팬던트>에 “이 다리는 50년 전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를 이용해 건설됐다. 이탈리아 뿐아니라 유럽, 미국, 캐나다에 같은 연령의 철근 콘크리트 다리가 많은데 이들 다리가 부식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교량의 철근 부식, 교통량 가중, 긴 세월동안 바람이나 폭풍, 지진 등 자연 현상으로 구조물에 부담이 가중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란디의 디자인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사고 배경으로 거론됐다. 그는 “콘크리트로 감싼 케이블을 지지하는 에이(A) 모양 탑은 하단의 브이(V) 모양 지지대와 결합해 다리를 지탱하는데 이 배열이 일반적이지 않고 어색하다. 다리의 교각 사이 간격이 다양해 불균형적 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제노바대학 안토니오 브렌치크 공학부 교수가 현지 <프리모카날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란디 다리의 디자인을 두고 “공학 기술의 실패”라고 비판했던 인터뷰도 주목받고 있다. 모란디가 1962년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에 세운 다리도 완공 2년 후 일부가 붕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디 다리는 이탈리아 서부 리구리아주와 프랑스 남부 해안을 오가는 화물 수송 통로로 이용돼 왔다. 조반니 토티 리구리아주지사는 “모란디 다리는 이탈리아 3개 항구를 연결하며 수만~수십만 주민이 이용하는 곳”이라며 “이 항구를 거쳐 휴가를 하고 수입품 대부분을 이곳을 통해 받기도 한다. 이번 사고는 이탈리아 물류 시스템의 구조 자체에 손상을 준 일”이라고 말했다.

14일 밤 이탈리아 제노바 에이(A)10 고속도로 위 모란디 다리에서 구조 대원과 수색견이  무너진 다리 잔해 사이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제노바/AP 연합뉴스
14일 밤 이탈리아 제노바 에이(A)10 고속도로 위 모란디 다리에서 구조 대원과 수색견이 무너진 다리 잔해 사이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제노바/AP 연합뉴스
2016년 보강공사를 한지 2년 만에 대형 사고가 발생해 부실공사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엄청난 비극”이라며 “현대 국가, 현대 시스템 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다리 붕괴에 책임이 있는 이는 누구라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2007년 이후 도로 건설 사업에 투자를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이탈리아에서 2006년 14억유로(약 1조8011억원)에 달했던 도로 건설 사업 비용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4억유로(5146억원) 이하로 약 71%나 급감했다. 여기엔 새로운 도로 건설과 기존 교통 시설 개선을 위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2013년부터 도로 건설 사업 비용은 다시 증가세를 띄고 있으나, 여전히 독일·프랑스·영국보다 수억 유로씩 적다. 이웃 나라들과 유럽연합(EU)에서도 사고 수습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사망자와 그들의 가족, 친구들, 이탈리아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사고 직후 트위터에 “희생자와 그 가족, 모든 이탈리아 시민들을 생각한다. 프랑스는 비극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가까이 있으며,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애도를 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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