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0일 8년에 이르는 구제금융에서 졸업했다. 2016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오른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브뤼셀/AP 연합뉴스
2015년 유럽 부채위기를 몰고 왔던 그리스가 구제금융에서 졸업했다.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안정화기금(ESM)은 20일 그리스가 3년 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마리오 센테노 유럽안정화기금 이사회 의장은 “오늘 우리는 2010년 초 이후 처음 더 이상의 추가적인 구제 프로그램 없이 유럽안정화기금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종료한다. 그리스는 자신의 발로 설 수 있게 됐다. 이는 그리스 국민들이 비상한 노력, 현 그리스 정부와의 좋은 협력, 그리고 대출과 부채경감을 통한 유럽 동반자들의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유럽안정화기금은 지난 3년 동안 그리스에 거시경제 조정과 은행자본 재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619억유로를 투입했다. 현 프로그램에 따라 241억유로를 더 집행할 수 있지만,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기금은 설명했다. 그리스엔 2010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더해 세 차례에 걸쳐 2600억유로(약 333조500억원) 이상이 지원됐다. 이는 세계 금융역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이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그리스는 8년 만에 처음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 앞에 남겨진 과제는 여전하다. 그리스 경제는 위기가 본격화된 2015년에 비해 25%가 축소된 상태이다. 실업률은 5월 현재 19.5%, 국가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최고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178.6%으로 치솟았다. 또 구제금융을 완전 상환할 때까지 유럽연합 등과 합의한 개혁 조처에서 뒷걸음치지 못하도록 경제정책을 운용할 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감시를 받는다. 클라우스 레그링 유럽안정화기금 사무총장은 “우리는 매우 인내 있는 채권자”라면서도 “우리는 상환 받기 원한다. 그리스의 사태 진전을 매우 면밀히 지켜 볼 것이다”고 강조했다.
2009년 10월 막대한 재정적자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가부채 위기에 시달리던 그리스는 2015년 사실상 국가재정이 파탄났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지켜야 하는 엄격한 재정조건 앞에서 통화정책 등 대응 수단을 구사할 길이 없어지자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를 위협했다. 그리스의 탈퇴로 남유럽으로 위기가 전염될 것을 우려한 독일 등 유럽연합 주요국은 대규모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엄격한 긴축재정 안이 포함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채권국 독일과 그리스 사이에 적잖은 앙금이 맺혔다.
케빈 페더스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의 교수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해 유로존의 미래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며 “긴축의 시기를 견뎌냄으로써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피했다. 특히 2015년 3차 구제금융은 그 조건이 아주, 아주 혹독하고 고통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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