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불거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추문에 대해 19일 사과했다. 교황은 이날 희생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용서를 구했으며, 가톨릭교도들에게 학대와 은폐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교황은 지난 1월, 성폭력을 묵인한 후안 바로스 칠레 주교를 두둔한 뒤 지난 4월과 5월에 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다.
교황은 이날 “부끄러움과 회개로, 우리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음을 우리가 시의적절하게 행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며 “수많은 삶에 끼친 피해의 심각성과 규모를 깨닫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추행, 권력 남용과 양심적 학대 등으로 많은 미성년자가 겪었을 고통을 다시 한 번 인정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과거를 돌아보면 용서를 빌고, 피해를 바로잡는 노력은 절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를 바라보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감추고 영원히 남길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이 주내 6개 가톨릭 교구에서 1940년부터 최근까지 70년간 발생한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조사한 결과 가해 성직자 300여명, 피해 아동 1000명 이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4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종합적인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폭력 보고서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쉬 샤피로 검찰총장은 50만페이지 내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주내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에 의한 조직적 은폐가 있었다. 은폐는 정교하게 이뤄졌고, 지도부는 성 학대와 은폐 기록을 보존했다”고 지적했다.
16일 바티칸 교황청이 사건 공개 이틀이 지나서야 공식 성명을 내놓고 “범죄행위이자,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3일 더 지나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부터 중남미까지 여러 대륙에 걸쳐 잇따라 불거진 사제들의 성폭력 추문에 바티칸과 교황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은 커지고 있다. <시엔엔>은 “이번 위기는 프란치스코 교황 지위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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