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탈리아 제노바 에이(A)10 고속도로에 있는 모란디 다리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무너져 있는 모습. <안사> 통신 누리집 갈무리
지난 14일 상판 등의 붕괴로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제노바 모란디 다리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돼 소방당국이 점검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상이 확인되면, 다리 전체를 폭파하기로 했다.
<안사>(ANSA) 통신은 20일 아침 교량의 잔해 철거 작업에 나선 구조대가 삐걱거리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작업을 멈췄으며, 구조물 주변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의 출입도 막았다고 보도했다. 기술팀은 이 소리가 바람이 만들어 낸 소음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사법당국은 “이 소리가 구체적 위험의 징조로 확인되면 남은 다리를 즉시 폭파하도록 명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동영상] 이탈리아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사고 당시 CCTV 영상
이번 참사는 다리의 설계 결함에 더해 민간고속도로의 운영사인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이탈리아 고속도로)의 부실 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법당국은 운영사가 다리의 구조물과 강철 케이블의 20%가량이 손상된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지난 2월 열린 회의에서도 이런 내용이 언급됐음을 확인했다. 사법당국은 운영사가 올해 말 철탑 두 곳에 대한 긴급 보수 작업을 앞두고 다리를 폐쇄하거나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운영사의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한 뒤 도로 운영 업무를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민간 기업이 수십억달러를 벌 수 있게 했던 과거와 같은 ‘선물’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운영권을 회수하면 국가가 배상해야 할 금액이 최대 200억유로(약 25조7762억원)에 달한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다닐로 토니넬리 교통부 장관은 “지난 15년간 회사가 통행료로 100억유로를 챙겼다. 통행료를 국가가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국유화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운영사의 모회사인 ‘아틀란티아’ 주가는 한때 26%나 폭락했다. <블룸버그>를 보면 아틀란티아 지분의 30.25%를 가진 패션 기업 베네통의 순 자산은 다리 붕괴 사고 여파로 20억달러(2조2356억원)나 줄어들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