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이 15일 엘리제궁에서 청년 조경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친기업 정책으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업이 안 된다는 청년 조경사에게 직업을 바꾸면 “일자리가 널려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가디언>을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엘리제궁에서 열린 공식 개방 행사에서 “25살인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지만 써주지 않는다”는 조경사에게 “만약 당신이 의지와 동기가 있다면 호텔, 카페, 식당이나 건설 쪽으로 가라. 내가 가는 곳 중에 직원을 구한다는 말을 안 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와 식당이 많은 몽파르나스 지역으로 가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길 하나만 건너면 일자리를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보라”고까지 말했다.
두 사람은 악수하고 대화를 마쳤지만, 이런 장면은 영상에 담겨 온라인에 퍼져나가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30초 만에 누군가에게 어떻게 이런 심한 경멸과 공감 결핍, 무지를 드러낼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프랑스의 현실과 완전히 단절돼 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의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대표는 “빈말보다 진실을 말하는 대통령이 낫다”면서 마크롱 대통령 편을 들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아 네덜란드·영국·독일 등 인근 국가와 비교할 때 2배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업종에 따라 인력 부족을 말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 여행업계는 인력 10만명이 부족하다며 마크롱 정부에 더 많은 이민자를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대규모 실업의 고통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실언으로 물의를 빚은 적은 최근 몇 차례 더 있었다. 지난달 그는 프랑스인들을 향해 “변화를 거부하는 골족”이라고 표현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골족은 로마시대에 프랑스, 벨기에, 라인강 서부 독일 골 지방에 살던 켈트인을 말한다. 또 자신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라고 했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에게는 “새 직업을 찾는 대신 문제를 휘젓고 있다”고 말해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연일 최저점을 찍고 있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 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이는 한 달 사이에 10%포인트가량 떨어진 수치다. 또 칸타소프레 설문조사에선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60%로, 긍정적 평가(19%)를 크게 앞섰다. 마크롱 정부는 기업과 고소득자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세금 감면 정책을 펴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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