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운데)가 12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경찰차량을 타고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즈미르/AFP 연합뉴스
테러 단체를 돕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2년여간 터키에 붙잡혀 있던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50) 목사가 12일 석방됐다. 브런슨 목사 송환 문제는 미국과 터키 간 외교 갈등의 중심 사안이었다.
<에이피>(AP) 통신을 보면 이날 이즈미르 서부 법원에서 열린 브런슨 목사에 대한 네 번째 공판에서,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1개월15일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간의 복역 기간과 태도 등을 참작해 그를 더는 잡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브런슨 목사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날 검은 정장을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맨 채 법정에 나온 브런슨 목사는 “나는 결백하다. 나는 예수를 사랑하고, 터키를 사랑한다”고 했다. 검찰은 그에 대한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도록 하면서도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판결이 나온 뒤 브런슨 목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방청석에는 아내 노린 브런슨도 참석해 있었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의 생각과 기도는 브런슨 목사와 함께 있다. 우리는 그가 안전하게 집으로 곧 돌아오기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 이즈미르에 정착했고 2010년부터 작은 교회를 운영했다. 2016년 7월 터키 반정부 단체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뒤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졌고, 터키 당국은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그해 10월 그를 체포했다. 브런슨 목사는 감옥에 갇혔다가 건강이 악화돼 최근엔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었다. 이날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최고 35년 징역형을 받을 처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터키 정부를 향해 “그들은 그(브런슨)를 간첩이라고 하지만 내가 더 간첩”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8월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높이는 제재를 부과해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터키 리라화는 대폭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터키가 미국의 추가 제재 위협을 받는 가운데 이날 브런슨 목사를 석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일찌감치 표해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사건과 관련, 터키가 미국의 지지를 필요로하고 있다며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해주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려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시>(NBC) 방송도 백악관이 브런슨 목사 석방 문제로 터키와 합의를 했으며, 풀려날 것이라고 예상된다는 고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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