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과 유럽연합 간 합의안 초안이 나왔다. 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에 잠정 합의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협상에 착수한 지 17개월 만이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자국이 양보했다는 이유로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최종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3일 각료들에게 합의안을 전달한 데 이어 14일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해 비준 문제를 논의했다. 유럽연합의 나머지 회원국 27개국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었다.
영국 언론들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 후에도 21개월간 전환기를 두는 게 뼈대라고 전했다. 전환기 동안 영국은 유럽대륙과의 관세동맹을 유지하면서 이를 대체할 무역 협정 협상을 하게 된다. 메이 총리 등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유럽연합을 떠난 뒤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것을 추구해왔다. 합의에는 상대국 시민의 지위 문제와 390억파운드(약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의 분담금 정산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인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궁극적 타결은 미루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쪽은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입장 등을 반영해, 브렉시트 후에도 아일랜드섬에 있는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통행·통관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경이 재설치되면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북아일랜드 독립파와 영국 영토로 남는 것을 원하는 세력 간의 유혈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반면 영국은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에 남겨두면 자국의 영토적 통합이 깨진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는 2020년 말까지의 전환기가 지나고 영국과 유럽연합이 급격히 단절되더라도 추가 협상을 통해 북아일랜드 국경 상태는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별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집권 블록에 속한 북아일랜드 정당인 통합민주당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발해 외무장관직에서 물러난 보리스 존슨은 “부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총리를 비롯한 내각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의회의 비준이 불발되면 ‘이혼’ 조건을 못 정한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자는 여론도 있어, 메이 총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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