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자국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 선상에서 <테에프1>(TF1)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의 방송 화면. 툴롱/AFP 연합뉴스
“마크롱은 매우 낮은 지지율이 문제다.” “동맹은 존중해야 … 상식적 예의라도 갖춰라.”
미국과 프랑스의 두 정상이 13~14일 이틀간 가시 돋친 신경전을 벌였다. 앞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7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돌 기념식에서 존재감 없이 구설에만 올랐다가 귀국한 직후다. 기념식에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오래된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민족주의는 애국심과 정반대이며, 배신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극우 민족주의의 득세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행보에 대한 경계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 ‘프랑스’와 ‘마크롱’을 언급한 글을 5건이나 올리며 조롱과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먼저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중국·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한 독자군 창설을 제안”한 것을 비판하며 “1·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는 미국이 (도와주러) 오기도 전에 독일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나토 분담금이나 내라”고 쏘아붙였다. 교역 문제도 언급했다. “프랑스가 미국산 와인 판매를 어렵게 하고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반면,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 판매를 쉽게 하고 관세도 매우 낮다. 불공정하다.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7월 13일 바스티유 데이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크롱 대통령을 비꼬는 발언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26%라는 매우 낮은 지지율과 거의 10%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게 문제다. 그래서 관심을 다른 주제로 돌리려 한다”고 했다. 여기에 “프랑스만큼 민족주의자가 많은 나라도 없다.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 마땅히 그렇지!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라며 조롱했다.
프랑스 쪽 반응은 이튿날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를 방문한 자리에서 <테에프1>(TF1) 방송에 “역사의 모든 순간마다 우리(프랑스와 미국)는 동맹이었다. 하지만 동맹은 속국이 아니며,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의 지원과 양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을 가리킨 말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 기분이 상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국내용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겠다”고 했다. 또 “나는 트위트나 코멘트로 외교나 정치를 하진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앞서 파리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아 손을 맞잡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의 벤자맹 그리보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는 11월13일, (2015년 같은 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동시 테러로 숨진) 130명의 시민을 추모하는 날이었다”, “영어로 답하겠다. ‘상식적인 예의’만이라고 갖추는 게 좋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거침없는 ‘마이 웨이’를 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도좌파 사회당에서 탈당한 자유주의자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기엔 ‘브로맨스’를 자랑할 만큼 가까웠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안보 등 현안들에 이견을 보이면서 불협화음을 키우고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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