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새벽(현지시각) 러시아의 자국 함정 나포에 관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궁 누리집
러시아가 크림반도 주변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을 나포했다. 러시아에 의해 2014년 합병된 크림반도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의 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25일 저녁(현지시각) 크림반도 인근 아조프해 입구에서 3척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에 포격을 하고는 나포했다. 나포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은 2척의 소형 전투함과 1척의 예인선이다. 우크라이나 해군 병사 수명도 부상했다.
양국이 충돌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의회는 26일 계엄령 선포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선박들이 크림반도 해역에 불법적으로 진입한다고 러시아가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는 최근 건설한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해협대교(크림대교) 밑에 유조선을 정박하고는 우크라이나 선박들의 아조프해 진입을 막아왔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러시아의 이 조처들을 “정당한 이유가 없고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함정 베르스크 및 니코폴, 야나 카푸 예인선은 앞서 흑해의 오데사 항구를 출발해 아조프해의 마리우폴항을 향해 항해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가 예인선을 들이받으며 함정들을 나포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함정들은 케르치해협 쪽으로 계속 항해했으나, 케르치대교 밑의 유조선에 의해 저지됐다.
25일 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나포 소식을 들은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대사관 담장에 타이어를 쌓고 불을 지르자 보안요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다.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해역에 진입하려 한다며, 안보적 이유로 이 통행은 중단됐다고 밝혔다. 또 두 대의 전투기 및 두 대의 헬기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쪽은 자신들의 함정이 이 해역을 떠나려 했으나 충돌로 인해 작동이 안 됐고, 6명의 해군 병사들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러시아의 순양함이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무력으로 나포했고, 3명의 우크라이나 해군 병사가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자신들의 함정이 아조프해를 통해 마리우폴로 가려는 계획을 이미 통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하고 부상자를 발생시키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계속되는 양국 분쟁의 격화되고 있다.
크림반도 동쪽에 있는 아조프해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의 남쪽 지방과 접하고 있다. 아조프해의 북쪽 연안의 우크라이나 항구인 베르스크와 마리우폴은 곡물의 주요 수출항이자, 철강 생산지이고, 석탄 수입항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맺은 2004년 협정을 통해, 케르치해협과 아조프해는 양국이 수역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들을 출발해 이 해역을 향하는 모든 배들을 검색하고 있다. 이런 검색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크림반도에서 출항한 어선을 억류하면서 시작됐다. 모스크바 쪽은 우크라이나의 과격분자들이 최근 개통한 케르치대교를 위협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안보상의 이유로 검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케르치 해협의 통행 자유를 복원”하라고 촉구하고, “최대한 자제해서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그 영토 영유권을 최대한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보리에 비상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