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영국 개트윅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드론이 발견돼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되면서 승객들이 공항에 발이 묶인 채 대기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활주로로 날아든 드론 때문에 영국 제2의 개트윅 공항이 마비됐다. 성탄절 휴가 시즌을 앞두고 공항 활주로 전체가 폐쇄되면서 승객 11만명의 발이 묶였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드론 때문에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개트윅 공항 전체가 멈춰선 상황을 일제히 전했다.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9시께 활주로를 비행하는 드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공항 측은 테러 위협과 비행기 안전 등을 이유로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했다.
공항은 20일 오전 3시께 활주로를 열었지만 드론이 날아들면서 45분만에 활주로가 또 폐쇄됐다. 정체불명의 드론은 20일 정오께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이날 하루 동안 드론이 공항 부근에 50차례 이상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24시간 넘게 활주로를 폐쇄했던 공항 측은 21일 오전부터 제한적으로 항공편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드론 출현으로 수백여대의 항공기의 이착륙이 중단됐다. 트위터 갈무리
이로 인해 운항 예정인 800여편의 비행기가 멈춰 섰다. 성탄절 휴가를 앞둔 11만명 승객의 발이 묶였다. 운항을 기다리던 1만여명 승객이 공항에 갇혔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45㎞ 떨어진 개트윅 공항은 히드로 국제공항 다음으로 영국에서 2번째로 교통량이 많은 공항이다. 히드로 공항은 장거리 노선, 개트윅 공항은 주로 단거리 노선이 운항된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식스 경찰은 테러와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시중 판매용보다 큰 산업용 드론인 점 등을 고려해 공항 운행에 혼란을 주기 위한 의도적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상회의를 소집한 정부는 군 병력까지 동원에 범인 검거에 나섰다. 군과 경찰은 드론이 다시 나타날 시 격추한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크리스 그레이링 교통부 장관은 “드론 때문에 공항이 폐쇄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범인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선 항공기와 드론이 근접한 사례가 올해에만 90여차례 이상 발생하면서 비행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자 영국 의회는 올해 7월 입법을 통해 공항 주변 1㎢ 이내에서 드론을 띄우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행 안전을 위해 드론 운행 금지 구역을 5㎢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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