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이 이번에는 2038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들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이체 벨레>는 석탄 발전 중단 시점과 방식을 논의한 독일 정부 산하 석탄위원회가 26일 이런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위원회를 이끄는 로날트 포팔라는 단계적 석탄 발전 감축으로 2030년이면 독일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약속한 목표(2050년까지 탄소 배출 80~95% 감축)를 달성하는 “역사적 성취”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우선 2022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4분의 1을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결정을 실행하려면 그 영향을 받는 4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발전사업가·환경운동가·광부 등 이해관계자 28명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21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단 1명을 빼고 합의한 사항이라 실행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석탄 발전 중단 방침을 밝힌 나라는 영국·캐나다·스웨덴 등 30개국에 이르지만 독일처럼 확실한 계획표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독일은 현재 발전량의 40% 가까이를 석탄 화력발전소 84곳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은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의 모범생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가장 더러우면서도 가장 싼’ 석탄 사용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석탄 발전을 급격히 줄이면 전력 생산비가 오르고 석탄 생산 및 화력발전 산업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료 부담이 연간 20억유로(약 2조5천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됐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라 전력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쾰른 인근의 광산 노동자 2000여명이 석탄 발전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그러나 25일 발표된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지지하는 등 석탄 발전 중단 요구가 높았다. 환경 보존 요구도 석탄 발전 폐지의 중요한 배경이다. 독일에서 가장 큰 갈탄 노천 광산이 있는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함바흐 숲에서는 지난해 6월 5만명이 채굴 확대 반대 시위를 했다. 함바흐 숲은 다양한 생태계를 갖춰 보존 가치가 높은 원시림이다.
세계 4위 경제 대국 독일이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한다면 그 자체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 ‘독일도 계속하는데…’라며 핑계를 대온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독일 정부는 관련 산업에 대한 보상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위해 400억유로(약 50조원)가 필요하다고 본다. 발전소 폐쇄 지역에 공무원 일자리 5000개를 늘리거나 재배치하고, 전기료 상승을 막기 위한 재원도 확보할 방침이다. 독일 정부는 원자력·석탄 발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0여년에 걸쳐 풍력이나 태양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열심히 노력해 공동의 목표를 이룬다면 독일은 에너지 정책의 역할모델로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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