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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사랑의 도시 베로나가 혐오의 도시가 된 까닭은?

등록 2019-04-01 15:26수정 2019-04-01 20:48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이자 오페라의 고장
혐오·폭력 앞세운 전세계 극우세력 온상으로
보수 국제연대 총회장에선 여성·무슬림 폄하
페미니스트 “두려워 말고 맞서자” 항의 시위
30일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세계가족회의 개최에 항의하는 집회 도중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로나/AP 연합뉴스
30일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세계가족회의 개최에 항의하는 집회 도중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베로나/AP 연합뉴스
셰익스피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1597년)에서 두 주인공이 사랑을 틔운 곳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다. 젊은 연인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러브스토리의 무대이자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매년 여름밤 오페라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곳이 혐오를 앞세우고 폭력을 마다않는 극우세력의 안마당이 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31일 “사랑의 도시에서 글로벌 극우세력들이 ‘가족 친화’라는 우산 아래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이틀 새 베로나에선 세계가족회의(WCF) 연례 총회가 열렸다. 1997년 미국에서 창설된 이 단체는 기독교 가치의 촉진, 동성 결혼과 낙태 반대, 혼인서약의 평생 유지 등을 장려하는 조직이다. 올해 총회는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동맹’ 소속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적극 지원했다. 이번 모임에선 무슬림과 여성 인권에 대한 극단적 폄하와 혐오의 목소리가 난무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기조연설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권리를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외면한다”며 “그들이야말로 권리와 사회적 성취와 노동·공부·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베로나에 극우 세력이 똬리를 튼 건 20세기 들어서다. 1940년대 나치 친위대(SS)의 정보기구가 주재했고, 1970년대엔 극우 테러 네트워크가 이곳을 거점으로 삼았다. 오늘날엔 카사파운드나 포르자 누오바 같은 네오파시즘 조직이 본부를 두고 있다. 베로나의 페데리코 스보아리나 시장은 <시엔엔>에 “베로나는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는 열린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부패 혐의와 성추문이 끊이지 않은 재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전진 이탈리아’ 소속이다.

베로나에선 여성운동가들과 인권단체들이 극우에 맞서는 싸움도 진행 중이다. 3월30일 세계가족회의 총회가 열리는 동안 거리에선 3만여명이 항의 시위를 했다. 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빌려 “두려워 말아요, 인생은 너무 아름다우니. 발코니에서 기다리지 말아요, 바보 같은 남자를”이란 구호도 외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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