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에서 전복되는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9일 밤(현지시각) 헝가리 구조대원들이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인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두너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전복 참사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진다. 날씨 변덕에 따라 시시때때로 해일과 풍랑이 몰아치고, 좌초 사고도 발생하게 마련인 해상 사고와 달리 강은 비교적 ‘안전한’ 선박의 이동 통로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유럽 내륙 수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통계를 내는 곳은 유럽연합(EU) 통계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라인강운항중앙위원회(CCNR) 등과 협력해 지난해 라인강의 선박 이동을 중심에 놓고 분석해 내놓은 ‘유럽 내륙항해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유럽의 내륙 수로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내륙 수로 발생사고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교각 등 시설물과 충돌(36%)이었고, 선박 간 충돌(15%)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각종 전자 운항장비 등이 발달해 사고가 꾸준히 줄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 위에서 선박들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변수는 운항하는 선박 수와 강의 ‘수위’다. 강은 폭이 정해진 만큼 오가는 선박의 수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강폭이 좁아져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선박 간 충돌이 잦아지고, 홍수로 수위가 높아지면, 배의 접안이 어려워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29일 한국인 33명을 태운 다뉴브강 유람선 전복 참사처럼 2013년 전체 653건의 사고 가운데 12.5%인 82건이 소형 유람선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내륙 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늘며 2017년 다뉴브강의 크루즈 선박의 통행은 15년 전보다 89%나 늘었고, 라인강에선 128%, 마인-다뉴브운하에선 292% 증가했다. 선박 통행이 늘어난만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 역시 증가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며칠째 내린 큰비로 강의 수위가 더 높아진 상태에서 벌어졌다. 사물 식별이 어려운 밤에 유명 관광지 주변에 배가 몰려들면, 이번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