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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술탄의 도박’ 실패…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야당에 참패

등록 2019-06-24 11:35수정 2019-06-24 20:15

집권당, 3월 지방선거 패배 불복해 재선거
야당 후보, 9%포인트 ‘더 큰 차이’로 승리
이번엔 에르도안 대통령도 패배 인정·축하

“이스탄불 장악하면 터키 장악” 도박 역풍
정의개발당, 2002년 집권 후 가장 뼈아픈 패배
23일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집권당의 총리 출신 후보를 꺾고 승리를 확정지은 에크렘 이마모을루(49·가운데)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화답을 하며 한 손을 불끈 들어올리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23일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집권당의 총리 출신 후보를 꺾고 승리를 확정지은 에크렘 이마모을루(49·가운데)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화답을 하며 한 손을 불끈 들어올리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술탄의 도박’은 실패했다.

23일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에크렘 이마모을루(49) 후보가 54%를 득표해, 집권 정의개발당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45%)를 누르고 당선했다고 터키 <아나둘루> 통신이 전했다. 앞서 3월 지방선거에서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을드름 후보를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나선 집권당의 부정투표 시비로 재선거를 치른 끝에 이번엔 훨씬 큰 격차로 승부를 확정지었다.

이마모을루 당선자는 이날 밤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의 승리는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과 터키의 승리”라며 “우리는 이스탄불의 새 페이지를 열고 있다. 거기엔 정의·평등·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 나는 당신과 보조를 맞춰 일할 준비가 돼있다. 가능한 한 빨리 만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23일 밤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당선한 야당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의 지지자들이 도심 광장에 모여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밤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당선한 야당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의 지지자들이 도심 광장에 모여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엔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 국민(의 뜻)이 오늘 다시 한 번 나타날 것이다. 비공식 선거 결과에서 승리한 이마모을루 후보에게 축하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경쟁자였던 이을드름 후보도 “우리는 이스탄불 시민들을 위해 이마모을루가 하려는 모든 일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재선거를 밀어붙였으나 더 크게 패배한 선거 결과는 경기침체가 최대 이유로 꼽힌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3,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20% 안팎까지 치솟았고, 실업률은 13%로 최근 10년 새 최고치다. 야당은 생활고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모마을루 당선자는 “모든 게 좋아질 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변화와 희망을 약속했다. 선거 결과가 사실상 확정된 23일 밤 이스탄불에선 그의 지지자 수만명이 모여 “모든 게 좋아질 것”이란 구호를 연발하며 환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재선거 결과는 지방자치단체 한 곳에서 야당이 이긴 것 이상의 실질적,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인구 1500만명의 이스탄불은 로마제국 이래의 고도이자,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31%를 차지하는 경제 중심지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출신지이자 1994년 시장 당선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을 장악하는 자가 터키를 장악한다”고 말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은 2002년 이후 줄곧 집권당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수도 앙카라에서 야당에 패배한 데 이어, 이스탄불 재선거에서도 야당의 정치 신인에게 시장 자리를 내어준 것은 뼈아픈 패배다. 터키 빌켄트대의 베르크 에센 교수(국제관계학)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번 선거는 이을드룸 후보뿐 아니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도 거대한 패배로, 재선거라는 도박이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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