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치추적 위성’ 발사

독자 위성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 시험가동 착수

유럽이 미국에 의존해 오던 위성항법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갖추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유럽우주국(ESA)은 28일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시험위성 ‘지오베-에이(GIOVE-A)’를 발사해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세계 위성항법 시스템은 애초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경쟁체제를 갖추게 됐다.

무게 600㎏의 시험위성은 이날 오전 11시19분(한국시각 오후 2시19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에 의해 발사돼 지상 2만3천㎞ 궤도에 진입했다. 이 위성은 앞으로 6개월 동안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원자시계와 라디오 주파수 확보 시험 등을 하게 된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는 모두 34억유로(약 4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은 새해 1월1일 두번째 시험위성 ‘지오베-비(B)’를 지구 궤도에 올리고, 2008년 2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해 모든 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2010년까지 3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갈릴레오는 북유럽 등 고위도 지역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자동차·선박·지도제작업자 등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피에스에 비해 서비스 영역을 두배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미국의 GPS시스템과 경쟁체제 돌입 ‘첫발’

2010년까지 위성 30개 쏘아올려 체제 완결

GPS보다 정확도 높고 서비스영역 2배 이상

갈릴레오는 위성항법(내비게이션)과 함께 수색 및 구조(SAR)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은 오차 범위가 1m 이내인 위치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상업용’은 ㎝ 단위까지 정밀도가 높아지는 암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명 구조’는 개방형 서비스로, 정밀도가 생명인 곳에 적용된다. ‘일반인 통제’는 대개 정부 기관들이 사용하는 암호화된 서비스로, 비상시에도 작동된다. ‘수색 및 구조’ 서비스는 조난 신호 위치를 포착하고 구조대의 접근을 조난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이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정치적인 목적에서다. 유럽연합은 지금까지 미국의 지피에스에 의존해 왔으나 자체적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에어버스나 아리안 로켓 프로그램 등을 독립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24개의 위성으로 운영되는 지피에스는 미군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자가 신호 등급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으며, 오차가 10m 이상 나는 경우도 있어 정확도 개선이 요구돼 왔다. 미국은 애초 갈릴레오가 차세대 지피에스 신호를 방해하고 전시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이 프로젝트를 반대했으나, 지난해 갈릴레오가 지피에스와 양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타협했다.

전문가들은 갈릴레오 사업이 유럽 전역에 1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명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연간 수백억유로를 벌어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비용 부담 때문에 사업 참여를 주저해 왔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는 중국·인도·이스라엘·모로코·사우디아리비아·우크라이나 등 비유럽연합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