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으로는 25년 만에 벨라루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장관이 1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환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 석유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 벨라루스를 방문해, 벨라루스가 필요한 모든 석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민스크에서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미국은 벨라루스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석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며 “당신들이 해야 할 모든 것은 우리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가 요청만 하면 석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벨라루스에 석유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은, 벨라루스가 석유를 수입하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틈을 벌리려는 의도이다. 벨라루스는 옛소련 소속 공화국 중 러시아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느슨한 경제연합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가 더 긴밀한 경제통합을 압박하고 벨라루스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두 나라 관계는 경색됐다. 이 때문에 두 나라는 2020년 석유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등 옛소련 공화국 국가들에 우대 가격으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이 벨라루스를 방문한 것은 25년 만이다. 미국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인권을 유린하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한다며 2006년부터 루카셴코 대통령 등 16명의 인사와 9개 국영기업에 제재를 부과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은 벨라루스가 유럽의 마지막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벨라루스에 “여러분의 나라는 번영과 안보를 어떤 한 동반자에게 의존하도록 강제받아서는 안 된다”며 벨라루스가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폼페이오는 미국이 벨라루스에 부과한 제재 해제를 놓고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두 나라가 대사를 곧 교환할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제재 해제 전에 아직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또 벨라루스와 러시아 사이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며, 벨라루스가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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