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크람프 대표 ‘연방총리 후보 불출마’ 선언 기민당-사민당 대연정 위기에 빠져들고 2021년 가을 연방총선 ‘조기총선’ 전망까지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대표(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0일 베를린에서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일 정치권이 이른바 ‘튀링겐 선거 사태’라는 돌발 태풍을 만나 격랑에 휩싸이면서 ‘15년 집권 앙겔라 메르켈 시대’가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리고 조기 총선에 들어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포스트 메르켈’로 불려온 독일 제1당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당)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57) 대표가 10일 ‘차기 연방총리 후보 불출마’를 전격 선언해 후계구도 혼돈이 일어나고 있고, 기민련-사회민주당(SPD) 대연정의 내부 균열도 커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월5일 실시된 동독지역 튀링겐주 의회 선거 결과다. 지지율 5%에 불과한 자유민주당 후보 토마스 케머리히가 현직 주총리인 보도 라멜로(좌파당)를 1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민 반대를 외치는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케머리히에게 전략적 몰표를 던진 것이 판도를 뒤바꿨다. 문제는 기민당 튀링겐 지부도 중앙당의 경고를 무시한 채 ‘극좌파 주지사 축출’을 명분으로 독일대안당과 연합해 케머리히 지지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중도우파 기민당은 제2차 대전 종전 이후 ‘극우 및 극좌 정당과는 연대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유지했는데, 이 규율을 깼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지며 독일 전역이 정치적 격동에 빠져들고 있다.
칼날은 2018년 12월에 기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메르켈 총리를 잇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크람프카렌바워(현직 국방장관)에게 즉각 향했다. “당내 작은 지역지부조차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다. 차기 총리직을 수행할 만한 지도력과 자질·능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 1년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트랜스젠더 조롱 발언 등 몇가지 실수를 거듭하며 ‘리더십 결핍’이란 평가에 시달렸다. 끝내 10일, 튀링겐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을 보호하겠다”며 차기 총리 후보 불출마를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의 국방장관직은 유지하겠다며 여전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독일 대연정이 위기에 급속히 빠져들고, 2021년 가을로 예정돼 있는 새 총리 선출 연방총선 일정이 앞당겨져 조기 총선 국면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기민당의 집권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미하엘 로트 의원은 트위터에 “크람프 사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국가주의 반대 깃발 아래 뭉친 기민당-사민당 연합이 여전히 확고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크람프카렌바워의 패배는 메르켈의 패배”라며 메르켈 시대가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크람프카렌바워가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2018년 말 기민당 대표 경쟁자였던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옌스 슈판(현 보건부 장관)이 총리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조계완 기자 jhanbielefel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