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10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경찰이 거리 일부를 막아서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또다시 당선된 벨라루스에서 항의 시위가 이틀째 계속돼, 최소 1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체포됐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0일 저녁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대통령 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며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벨라루스 인구는 950만명가량이다. 시위는 민스크 외에도 벨라루스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벨라루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6번째 대선에서 승리했다. 벨라루스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인 1994년부터 줄곧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루카셴코가 또다시 당선됐다는 출구 조사 소식에 9일 저녁부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10일 저녁 경찰은 시위대에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하고 진압봉을 휘둘렀으며,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에 돌을 던지며 대항했다. 시민들은 루카셴코가 대통령직을 훔쳤다고 외쳤다고 통신은 전했다.
벨라루스 경찰은 10일 저녁 시위에 참여했던 남성 한 명이 숨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시위대 중 한 명이 확인되지 않은 폭발물을 던지려고 했으나, 폭발물이 손에서 터졌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 시민단체는 9일 시위에서도 최소 1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 경찰은 3000여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1000여명이 민스크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몇 명이 다쳤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루카셴코에 맞섰던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의 행방은 묘연하다. 티하놉스카야는 벨라루스 선관위가 10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23%를 득표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러 갔으나 이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인 리투아니아의 외무부 장관인 리나스 린케비추스는 “몇 시간동안 티하놉스카야와 연락을 시도했다. 그가 선관위에 항의하러 간 뒤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통신에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유명 블로거였던 남편이 대선에 출마하려다가 체포되자, 남편 대신 선거에 출마했다. 이전에도 가족들 안전을 우려해서 아이들은 외국으로 피신시켰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루카셴코 대통령이 6선을 해서 30년 이상 집권할 길이 열렸다는 소식에,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은 선거가 공정했는지에 대해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반면, 최근 관계가 악화했지만 루카셴코 정권과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