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22일 22일 폴란드·리투아니아와의 접경지역인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로드노/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주 넘게 대선 불복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서방 세력들이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반정부 시위 지원을 위해 “서부 국경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배치됐다”고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2일 폴란드·리투아니아와의 접경지역인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야권의 대선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언급하며 “저들은 이미 나를 대신할 대통령을 마련해둔 것이 명백하다”며 “군사적 지원이 있을 것이 확실하다. 나토군이 국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다.
루카셴코의 이번 그로드노 군부대 방문은 28~31일 대규모 군사훈련을 앞두고 이뤄졌다. 그는 “우리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가장 엄중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군에 전투 준비태세를 명령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9일 대선 이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인 23일에도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대선 이후 안전을 위해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티하놉스카야는 이날도 “루카셴코는 조만간 퇴진해야 한다. 멈추지 말고 계속 싸우자”며 시위대의 단합을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그의 발언은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벨라루스 내정에 간섭하기 위해 ‘친러시아’ 성향인 자신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란 프레임을 짜 정권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루카셴코는 지난 15~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정부 시위 대처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에 나토는 물론 인근 국가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루카셴코 정권이 있지도 않은 외부 위협을 근거 없이 언급하며 벨라루스 내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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