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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메르켈 독일 총리 외교 ‘합격점’

등록 2006-01-17 19:27

취임 후 첫 미국·러시아 방문 정상회담서 “부드러운 실속외교”
외교 문외한으로 우려됐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취임 석달 만에 국제 외교무대에 대체로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워싱턴과 16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마친 메르켈 총리의 외교는 전임자 게르하르트 슈뢰더와는 분명 달랐다. 그렇다고 기존의 파리-베를린-모스크바의 중심 외교축을 워싱턴-베를린-바르샤바로 바꾸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동서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중심국가로서 어느 쪽과도 소원하지 않으면서 ‘유럽의 중심국가’로서 독일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나름의 외교실용주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어투는 직설적이었지만 대결적이라기보다 설득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메르켈 총리는 3시간의 독-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와 이란 핵문제 등을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수용소 폐쇄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권고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 보호에 필요한 조처”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그렇게 언짢아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동독 출신으로 자유와 시장경제를 확신하는 메르켈에 대한 부시의 신뢰가 표출됐다.

두 정상은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등 공동대응에 합의하는 등 그동안 소원했던 독-미 관계가 독-미 우호관계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이 고무적이었다며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독-미 관계에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 방문에 앞서 <슈피겔>과 회견에서 독-러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동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와 동독 파견 첩보원 경력의 푸틴 대통령은 체첸 문제와 러시아 인권문제 등 민감한 사안뿐 아니라 양국의 이해가 중첩된 에너지와 통상 등 양국 협력 문제에 대해 예정보다 길게 회담했다.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첫 만남은 새롭게 정립될 두나라 관계를 보여준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에 의존했던 전임자 때에 비해 양국관계는 좀더 냉정하고 업무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 예산안 합의를 중재해내는 ‘부드러운 실속외교’를 선보인 메르켈 총리는 두나라 순방을 통해, 레임덕 위기에 몰린 많은 서방 지도자들 가운데 새 지도자로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외교의 새로운 스타가 될 소질을 보인 셈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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