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왼쪽 앞줄 둘째)가 17일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교정당국에 체포되는 모습이 찍힌 영상 중 일부분.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독극물 공격’에서 살아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귀국 직후 체포됐다. 나발니는 5개월가량 치료를 받던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17일 도착했다. 나발니가 탄 비행기는 원래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착륙 직전 전격적으로 항로를 바꿨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러시아 교정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수배 대상이 된 나발니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회사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루블(약 5억9천만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는 애초 2019년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2017년 법원 판결로 2020년 말까지로 연장됐다. 연방형집행국은 독일에서 치료받은 지난해 하반기 교정당국의 출두 요구에 응하지 못한 것을 “집행유예 규정 위반”으로 보고 그를 체포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나발니를 석방하라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푸틴 정부를 비판해온 야권의 유력 인사 나발니는 지난해 8월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깨어났다. 독일 등은 나발니가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