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새 총리가 마스크를 쓴 채 13일(현지시각) 로마에서 새 내각 첫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73)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의 새 총리로 취임했다.
드라기 신임 총리는 13일 새 내각 각료들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로마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오는 17일과 18일 각각 상원과 하원에서 진행되는 내각 신임 투표가 남아있지만,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무난하게 통과할 전망이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3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총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말 마타렐라 대통령은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관련 여론악화로 사임 의사를 밝히자, 명망이 높은 인물에게 새 총리를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라기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다. 그는 유럽중앙은행 총재 재임 중 유럽 부채 위기로 유로화 위기가 닥쳤을 때, 단호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 수호 의사를 밝혀 명성이 높았다.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드라기 내각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7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출범한다. 이탈리아의 경제적 타격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럽연합의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기금 7500억유로(약 1006조원) 중 가장 많은 2090억유로(약 280조원)를 이탈리아가 받을 예정이다.
드라기 내각에는 반체제운동 정당인 ‘오성운동’부터 좌파 정당 그리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우파 ‘전진하는 이탈리아’까지 다양한 정당 출신이 각료로 참여했다.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출범했으나, 정국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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