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국 런던 신문 가판대에 해리 왕자와 메간 마클 부부의 인터뷰 내용을 1면 머리로 보도한 신문들이 놓여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와 부인 메간 마클의 인터뷰 이후, 영국 정치권에서도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케이트 그린 의원은 8일 <스카이 뉴스>에 메간의 주장이 “정말로 충격적”이라며 “왕실이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그림자 내각’에서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다.
앞서 7일 미국 <시비에스>(CBS)를 통해 최초로 방송된 인터뷰에서 메간 마클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우려와 대화들이 오갔다”며 남편 해리 왕자가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전했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현재 생후 21개월이 된 아들 ‘아치’의 피부색 언급을 누가 했는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해리 왕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는 아이 피부색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도 8일 “메간이 제기한 인종차별과 정신 건강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는 21세기 영국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인종차별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이 문제는 왕실 가족보다 더 크다”고도 말했으나, 왕실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언급을 피했다. 왕실이 인종차별 의혹을 조사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답변은 ‘나는 언제나 여왕은 물론, 여왕이 우리나라와 영연방 전역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존경해 왔다’는 것”이라며 “왕실에 대한 다른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오랫동안 언급하지 않았다. 오늘도 여기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에 대한 영국 내 반응은 엇갈린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8일 영국 성인 211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47%가 이 인터뷰를 “부적절했다”고 평했다. 21%는 “적절했다”고 응답했고, 31%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의 8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인터뷰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정신 건강 그리고 개인적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도 분명히 그렇게 믿는 무언가다”고 답했다. 다만, 해리 왕자와 마클이 개인 시민이라는 점을 고려해 “추가적 언급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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