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가 8일 유엔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1990년대 옛 유고연방의 해체 과정에서 보스니아계 주민 집단학살을 주도한 라트코 믈라디치(79) 옛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사령관의 종신형이 확정됐다.
유엔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는 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믈라디치 전 사령관의 항소심에서 그의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한 하급심의 판결을 재판관 4 대 1의 결정으로 유지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보스니아의 도살자’로 불린 믈라디치 전 사령관은 1990년대 옛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벌어진 보스니아 전쟁(1992~1995) 당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마을 스레브레니차에서 보스니아계 이슬람 주민 8천여 명을 살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비롯한 인종청소와 집단학살, 인권유린, 전쟁범죄 등 11개 항목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그는 1995년 기소됐으나 도피 생활 끝에 2011년 체포돼 국제 재판에 넘겨졌다. 유엔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017년 믈라디치 전 사령관의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내렸다.
이날 판결로 옛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벌어진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등에 관한 국제사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믈라디치 전 사령관의 상관이었던 옛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대통령 라도반 카라지치는 같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당시 인종갈등을 부추긴 옛 유고연방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2006년 재판을 받던 중 최종 선고가 내려지기 전 숨졌다.
스브레니차 학살 당시 아들과 남편, 형제를 잃은 네지바 살리호비치(67)는 이번 판결에 대해 “스레브레니차의 많은 어머니가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었다. 그도 혼자 감옥에서 가족 없이 평생을 보내야 한다”고 환영했다.
반면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분리주의 지도자인 밀로라드 도디크는 “선택적 정의”라며 “세르비아계를 악마화해” 보스니아 내 민족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번 판결은 세계 어디서든 잔악한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우리의 공통된 의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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