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뺨을 ‘짝’…공격당한 마크롱 “그래도 시민들 만날 것”

거리에서 유권자 만나던 중 뺨 맞아
공격한 20대 남성과 일행 등 2명 체포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8일 프랑스 탱레흐미타주에서 20대 남성의 공격 직후 경호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탱레흐미타주/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만나던 중 20대 남성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봉변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오후 프랑스 남동부의 마을 탱레흐미타주를 방문해 경호용 차단벽 너머에 모여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마크롱 대통령이 사람들에 다가가 악수를 하는 사이에 푸른색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그의 팔뚝을 잡고 뺨을 쳤다.

곧바로 경호원이 그 남성을 밀치고 마크롱 대통령을 감쌌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사건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은 지방선거를 몇 주 앞두고 또 대선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 프랑스 정치권의 대립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영상을 본 사람 중 일부는 당시 이 남성이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하며 “생드니 만세”와 “마크롱주의 타도”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가 전했다. 생드니 만세는 과거 중세시절 전쟁터에서 서로 사기를 북돋기 위해 내지른 함성이며, 2018년 왕정주의 집단 ‘프랑스 행동’이 좌파 정치인에게 크림 파이를 던지며 외친 전례가 있다.

발랑스 지방검찰은 이날 자료를 내어 “경찰이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한 남자와 그의 동행자 등 두 명을 체포해 공직자에 대한 폭력 행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들의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둘 다 28살로 지역 주민이며, 무장하지 않았고 전과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뒤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항상 추구해왔다”며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은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정당하다면 우리는 계속 응대하겠지만 어리석음과 폭력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폭력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 정치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을 비판했다. 내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잠재적인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나는 마크롱의 가장 치명적인 경쟁자이지만 대통령을 공격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트위터에 “어떤 의견 차이도 물리적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