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14를 누군가 손에 쥐고 있다. 2022년 9월 16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애플 아이폰 등 외국산 통신 기기의 사무실 휴대와 업무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진행 중인 미국의 중국 봉쇄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공무원들이 최근 몇 주 사이에 업무용 채팅앱 사이트나 회의 자리 등을 통해 상사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국이 이런 지시를 내린 이유에 대해 민감한 정보가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에게까지 중국의 대표 통신 기업인 화웨이의 5세대(5G) 무선통신 기기를 전면 퇴출하게 만들고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앱인 ‘틱톡’을 제재하는 등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옥죄는 데 대한 반격의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2019년께부터 이런 조처를 취한 명분 역시 미국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에 탈취 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애플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지금껏 성장하는데 중국 시장이 큰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매출은 약 70% 증가해 다른 지역의 성장세를 압도했다. 애플은 중국의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전체 수익의 19%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애플의 주가는 3.58%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이 금지되는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중국 정부의 대변인 구실을 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애플은 이에 대한 질의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 동안 일부 민감한 기관의 공무원에 대해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번에 이 조치를 적극 확대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의 아이폰 사용 금지령은 자국산 스마트폰을 간접 지원하는 경제적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 등에 외국산 기술이 들어간 컴퓨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등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도록 독려해왔다. 중국 정부는 2021년 군 간부와 주요 국영기업 임원들에게 전기차 생산 업체인 테슬라 자동차 사용을 제한한 적도 있다. 테슬라 자동차가 수집하는 정보가 기밀 누설 등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그동안 애플은 미-중간 기술 갈등에서 비교적 비껴서 있었다. 애플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지만,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고 많은 중국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애썼다. 애플은 자국 내에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인터넷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앱인 ‘가상개인망’(VPN)을 포함해 몇천개나 되는 앱을 앱스토어에서 지웠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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