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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월가 실세들이 왜 다가왔을까

등록 2006-05-31 20:18수정 2006-05-31 22:03

뿌듯한 표정의 금감위원장…덕담에 담긴 계산 곱씹어야
경제 프리즘

며칠 전에 만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얼굴 표정은 매우 밝아보였다. 5월 중순께 미국 뉴욕 출장을 다녀온 뒤 상당히 고무돼 있는 것 같았다. 윤 위원장은 자신이 만난 미국 금융계의 거물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한국의 지위가 격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브리핑> 29일치에 면담 내용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얘기를 듣고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금융자본의 심장부’ 월가를 움직이는 실세들을 10명이나 한꺼번에 만났으니 말이다. 회의 장소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즐비한 뉴욕 파크 애비뉴에 있는 씨티그룹 본사 2층 귀빈식당이었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2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회의에는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 앤드류 크로킷 제이피모건체이스 국제영업담당 회장(전 국제결제은행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만삭스 투자은행부문 회장, 아서 린 푸르덴셜파이낸셜 회장, 마틴 설리번 에이아이지(AIG) 회장, 전 상원의원인 필 그램 유비에스(UBS) 부회장 등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며 윤 위원장을 초청했다.

이들 월가 실세들은 금융허브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금융허브 정책이 다소 야심적인 계획이지만 성장잠재력, 정보기술(IT) 인프라, 인적자본 등을 볼 때 실현 가능하니 자신을 가지고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지만 법치주의와 사법제도의 신뢰성 측면에서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다만 자본이동의 제약, 규제시스템, 강성노조, 주거환경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금융허브 계획을 자신들이 도와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자본이동의 완전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획이 수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들의 말 중에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자본이동의 완전자유화는 국제적인 영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자칫 헤지펀드의 투기적 공격 위협에 노출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들은 또 규제시스템이 열거된 항목 외에 나머지 모든 것을 풀어주는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언제 전환될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의 한국 금융감독기관의 능력이나 위반자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않은 사안이다. 이들은 또 법치주의와 사법제도의 신뢰성이 중국보다 앞서고 있다면서 이를 계속 지켜달라는 주문도 했는데, 여기에는 ‘반 외국자본 정서’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우리나라 경제를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의 채널을 개척한 것으로 자평했다. 그러나 월가 실세들이 한 나라의 금융감독당국 수장을 불러 이러저러한 주문을 했다는 점에서 자랑만 할 일은 아니다. 금융당국 수장은 국내외 자본을 불문하고 이들이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지 감독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이들이 자신을 만난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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