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구리 가격 추이
두바이유 고점대비 15% 급락
구리·아연 공급넘쳐 “추가 하락”
국내기업 수익성 회복 ‘파란불’
구리·아연 공급넘쳐 “추가 하락”
국내기업 수익성 회복 ‘파란불’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이어가 우리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원유값은 최근 한달 사이 급락하고 있고, 구리·아연 등의 국제시세도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하락행진에 더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촉발된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장기 상승국면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국제시장에서 12일(현지시각) 현재 배럴당 61.2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8월8일 기록했던 사상최고가(72.16달러)에 견주면 15%(10.9달러)나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도 한달여 만에 76달러에서 63달러선으로 주저앉았다.
국제원유 가격의 하락은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등으로 중동정세의 불안이 진정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 나이지리아와 알래스카 유전설비의 피해가 수습돼 공급을 재개하고, 국제에너지기구가 내년 말까지 세계 원유소비의 둔화를 점치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으면서 하락세에 불을 당겼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성장이 최근 둔화되는 추세에 있어 장기적으로 유가가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2일 발표된 8월중 중국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의 27.4%에서 21.5%로 크게 낮아져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2∼3년 전의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수급상황을 보면 아직도 공급여유분이 하루 150만배럴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고유가의 근본요인인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의 빠른 경제성장이 멈추지 않으면 배럴당 60달러선은 잘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아연 등 원자재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구리선물은 12일 파운드당 3.373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5월 중순 고점 대비 1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아연은 지난 5월 톤당 39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시장에서는 3301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으로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광업진흥공사 박남순 자원정보팀장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광물자원 개발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른 공급과잉 양상이 2∼3년 안에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을 예상한 투기자본의 이탈이 가격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건설 호경기와 자동차 생산 증가가 지속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이 많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세계 동제련 2위업체인 엘에스니꼬 관계자는 “동 가격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두배나 올랐기 때문에 추가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 큰 폭의 등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이다. 한국은 연간 8억배럴의 원유를 사용하고 있어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당장 80억달러의 국제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 휘발유, 경유 등의 소비자 가격이 내리면서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늘어나는 한편 원-달러 환율 하락과 원유값 상승으로 상반기 수익성이 악화됐던 기업들에게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조승형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국제유가가 10% 정도 하락하면 국내물가가 0.2%정도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항공·해운 등의 채산성 향상과 자동차 내수시장도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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