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증가에 따른 폐기물 증가량
[쓰레기의 국제정치학] 매년 2000만~5000만톤중 50%이상 해외 버려져
전세계적으로 핸드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번에는 전자쓰레기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을 덮치고 있다. 전자부품 가운데는 납, 크롬, 카드뮴 등 유해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 바젤협약에 따라 유해 폐기물 국가 간 거래는 까다롭기 때문에 전자제품은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후진국으로 수입된다.
시애틀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환경조직인 ‘바젤액션네트워크(BAN)’는 지난 8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전자쓰레기 유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라비 아가왈은 “정확한 수는 알기 어렵지만 매달 4만톤의 버려진 전자제품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거래는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에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중고 컴퓨터 한대를 재활용하는 비용은 20달러이며, 인도의 수입업자들은 이를 15달러까지 쳐준다. 결국 미국 재활용품 업자가 인도에 중고 컴퓨터 한대를 수출하면 35달러의 이윤이 남으며 수입업자들은 중고 컴퓨터에서 돈이 되는 부품만 빼내 팔고 나머지는 몰래 버린다.
지난 4월 ‘바젤액션네트워크’는 중국이 올해 2월부터 수입 규제 대상 폐기물을 확대하는 등 법률을 강화했지만 전자쓰레기가 중국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광둥성 구이유(Guiyu)시에서는 전자제품 재활용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150만톤의 전자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이 중 80%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다.
구이유시는 전자쓰레기 처리로 매년 7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칭화대 교수인 장 티안후(Zhang Tianzhu)는 “가장 큰 책임은 전자쓰레기를 수출하는 선진국에 있다”며 “정부는 환경적으로 안전한 처리 절차를 채택하길 원하지만 현재 전자쓰레기 처리산업은 너무 방대하며 지역 정부에게는 큰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린피스는 구이유시와 전자쓰레기가 유입 되는 인도 지역의 토양과 먼지, 지하수 등을 검사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납, 카드뮴 등 10가지 유독성 중금속 함유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단체는 전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2000만~5000만톤의 전자제품이 버려지며 이들 중 10% 미만만 자국에서 재활용되고 50% 이상이 해외에서 버려진다고 밝혔다. 전자쓰레기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 환경단체 실리콘밸리 유독물질 방지연맹(SVTC)은 미국에서 재활용을 위해 모이는 전자쓰레기의 50~80%가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막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유해물질이 포함된 전자쓰레기의 자국내 반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7월 카드뮴, 수은, 등 6개 유해물질이 들어간 전자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특정유해물질사용금지지침(RoHS)’를 도입했다. 일본도 7월부터 ‘전기, 전자기기의 특정 화학물질 함유표시방법(J-Moss)’을 시행해 6대 유해 화합물질이 허용농도를 넘기면 이 사실을 기기 본체와 포장상자, 카탈로그 등에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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