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상압력 고조·각국 엔 보유 확대
일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촉각’
일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촉각’
일본 엔화의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에 비해 20~30%나 떨어진 ‘초엔저 시대’가 지속되면서, 엔화가 언제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전후 가장 긴 경기확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엔화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엔화의 종합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 실효 환율은 9월에 101.3(1973년 3월=100 기준)을 기록했다. 엔화가 너무 저평가돼, 미·일·유럽이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을 결정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실질실효환율 94.3) 이후 최저치다. 엔은 현재 달러당 118대를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이런 ‘이상 엔저’가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엔화 절상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쪽의 압박이 예상된다.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공세적 통상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표적이 엔화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본에선 우려하고 있다. 지엠·포드·크라이슬러 미 자동차회사 ‘빅3’ 대표들은 지난 주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 엔의 저평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보유를 줄이는 대신 엔화의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달러 약세를 우려한 외환 다변화인 동시에, 엔화의 반등에 대비한 조처로 해석된다. 엔화를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수석 부총재는 지난달 엔 비중을 “몇%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지난달 말 엔 비중을 “3%에서 4.9%로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엔 보유를 0에서 3억3600만달러까지 높였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10일 “보유 외환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해, 엔 비중 확대를 내비쳤다. 초엔저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과 대만·타이 등 아시아 나라 중앙은행들도 곧 엔 사들이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관심거리는 본격적인 엔화 반등의 기폭제가 될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이다. 7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단기금리를 0.25%로 올린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7~9월 경제성장률이 전문가 전망보다 훨씬 높게 나왔지만, 개인소비와 기계수주 감소 등 탄탄한 성장을 우려하게 하는 지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을 강조하는 정부·여당의 강력한 견제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시점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금융시장에서도 다음 회의가 열리는 12월 중순이나 내년 1월 금리인상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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