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기업 “회로값 최고 90% 인하”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소재의 반도체 공장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실리콘 소재로 생산됐다. 영국 회사 ‘플라스틱 로직’은 미국의 벤처 캐피탈 회사들로부터 1억달러를 지원받아 내년 말까지 독일 드레스덴에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실험실’이 개발한 플라스틱 반도체 기술은 전자회로 가격을 지금보다 최고 90%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이 반도체는 세척한 웨이퍼 위에 빛으로 지도를 그려 만드는 실리콘 방식과는 달리, 제품 포장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응용해 만들어진다. 청정실 같은 비싼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허먼 하우저 플라스틱 로직 이사는 “플라스틱 반도체가 전 세계 전자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면서 “한 예로 정보회로를 내장한 옷을 입으면 옷 속의 정보회로가 그날 예정된 스케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게 된다”고 밝혔다.
2000년 설립된 플라스틱 로직은 세계 최대 반도체 칩 생산업체 인텔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회사 쪽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히타치 등도 플라스틱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나 자사 기술력이 2년 정도 앞선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드레스덴 공장에서 2009년까지 A4용지 크기의 플라스틱 판을 연간 220만 매까지 양산하고, 이를 재료로 가볍고 신축력이 있고 휴대하기 편한 신용카드 크기의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방민호 홍보실 팀장은 “플라스틱 반도체는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 분야의 특수형 반도체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 기업들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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