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질병퇴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공해산업에 투자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2005년 말 기준으로 350억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재단은 지난해 6월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서 무려 307억달러를 기부받았다.
재단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소아마비 등 각종 백신의 연구개발에 그동안 2억18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4억2300만달러를 엑손모빌과 셰브론, 로열더치셸과 같은 석유회사 등 각종 공해배출 산업에 투자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또 코노코필립스, 다우케미칼, 타이코인터내셔널 등 미국과 캐나다의 최대 공해물질 배출회사와, 환자들이 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에이즈약을 고가로 책정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공해 산업체들은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이나 유럽을 피해 아프리카에서 거의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영업 중이다. 그 결과 재단의 도움으로 백신을 맞은 어린이들이 재단 투자사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앓아 눕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에보차 지역에선 이탈리아의 석유회사 ‘에니(Eni)’가 운영하는 정유 공장 배출 매연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재단은 이 회사에 투자해 해마다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이 제공한 소아마비 백신 등을 맞은 이 지역 어린이들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대법원은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오는 5월 이후에는 공장가동 중지 처분을 내렸다.
또 이들 지역에선 공장 노동자들이나 군인들을 겨냥한 매춘 산업이 성행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10대 임신 사례가 늘어나는 등 재단이 천명한 사회복지, 교육, 에이즈 퇴치, 청소년 보호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에보차가 위치한 리버스주 일대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노녜님 솔로몬 에니다 박사는 “오염물질이 강을 더럽혀 콜레라가 발생했고 다른 풍토병들도 발견되는 등 온갖 종류의 수인성 질병을 낳고 있다”며 “어린이들은 벤젠이나 크롬 등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서 면역력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매년 기금의 95%를 투자하고 나머지 5%만을 자선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금 투자는 게이츠 회장의 개인 재산도 관리하고 있는 ‘빌 게이츠 투자 회사’가 전담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최대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원칙 이외에 다른 구체적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투자사의 고위 간부인 모니카 해링턴은 “재단의 유일한 목적은 재단 프로그램과 기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6S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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