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동향
두바이유 50달러 붕괴…작년 고점대비 32% 하락
전문가들 “저유가 추세로” “반등할 것” 의견 맞서
국내경기 긍정 영향속 휘발유값은 꼼짝안해 눈총
전문가들 “저유가 추세로” “반등할 것” 의견 맞서
국내경기 긍정 영향속 휘발유값은 꼼짝안해 눈총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7일(현지시각) 배럴당 49.07달러로 떨어지며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70달러를 웃돌던 지난해 8월과 견주면 5개월 새 무려 20달러 이상 떨어진 것이다. 유가는 우리 경제의 핵심 변수의 하나라는 점에서, 국제 유가 급락은 경제 성장과 소비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제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까지 큰 폭으로 내렸는데도, 국내 휘발유값은 그만큼 내리지 않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유가 하락세 지속될 수 있을까?=한국석유공사는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17일 배럴당 49.07달러로 전날보다 1.31달러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국제 유가가 40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2005년 6월13일 49.34달러 이후 처음이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8월8일의 72.16달러와 견주면 32% 급락한 것이며,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 58.66달러와 견줘서도 16% 떨어진 것이다. 최근 유가 급락은 세계 석유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동북부 지역이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을 보여 난방유 소비가 예년보다 30% 가량 준데다 투기 자금이 석유 선물시장에서 빠져나간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했으나 실제 감산 규모는 60만~70만배럴에 그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다만 앞으로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이 갈린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국제 유가를 전망했을 때 ‘기준 시나리오’로 연평균 58.2달러,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늘지 않고 오펙의 감산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저유가 시나리오’로 51.9달러를 제시했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기준 시나리오에서 저유가 시나리오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 오펙의 감산, 투기 자금 재유입 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변수”라며 “단기적으로는 2~3달러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지금은 과매도 상태로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률 높이기와 내수 회복에 도움=국제 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에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연초 재정경제부는 올해 연평균 유가를 58달러로 전제하고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국제 유가가 10%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지고,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하락한다. 또 경상수지는 18억달러가 개선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저유가 시나리오’대로 올해 국제 유가가 연 평균 51.9달러 수준에서 형성된다면, 재경부의 전망치(58달러)보다 10%(6달러) 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김철주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이익 증가로 근로자 임금이 늘어나고, 휘발유 가격 인하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비를 늘려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휘발유값은 왜 안 내려가?”=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 유가가 50달러에 진입하던 2005년 6월 리터당 1400원선을 넘어섰고, 지난해 8월 72달러까지 치솟았을 때는 1545원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가 49달러로 떨어진 지금은 1420원이다.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값의 오르내림이 비슷하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 단가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값은 더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5년 평균 102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8일 현재 936.7원으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또 가격 내림세가 오름세보다 더디게 연동한다는 점도 불만이다. 유가 변화가 심했던 지난해 국제 유가가 8월8일 72.16달러에서 한 달 새 17.5%가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값은 9% 하락에 그쳤다. 에너지시민연대 이기명 사무처장은 “국제 유가가 오를 때처럼 내릴 때도 국내 기름값에 빠르게 반영해야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뿐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며 “또 원유 구매 계약과 국내 제품 출시의 시간 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하어영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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