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
영국 ‘코러스’ 인수로
세계 56위 타타스틸
5대 철강기업 도약시켜
세계 56위 타타스틸
5대 철강기업 도약시켜
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
“비즈니스 영웅이 역사적 승리를 거둔 뒤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인도 철강회사 타타스틸이 영국 철강회사 코러스를 131억달러(약 12조2천억원)에 인수하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전했다. 철강업계 세계 56위가 세계 9위를 인수해 세계 5위 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타타스틸이 속한 타타그룹을 이끌고 있는 선장이 라탄 타타(69)다. 이 신문은 그를 “한때 인도를 식민지배한 나라의 상징적 기업을 인수한 기업영웅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모델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코넬대에서 건축학,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세계화 흐름에 맞춰 타타그룹의 중흥을 일구었다. 그는 1991년 회장에 오른 뒤, 세계화에 힘썼다. 90년대 후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타타스틸을 세계적 저비용 생산자로 만들었다. 각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면서, 적대적 인수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또 2005~2006년에만 14개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 경영을 펼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인수를 “그의 화려한 경력의 최고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는 지금까지 인도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그는 “기업들이 인도를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가 지휘하는 타타그룹은 자산 220억달러, 종업원 약 25만명의 인도 재계 서열 2위이다. 차(티)에서 통신, 화학, 철강까지 모두 96개 기업을 거느린다. 세계 54개 나라에서 사업을 벌여 120개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 타타스틸, 타타컨설턴시, 타타모터스가 전체 매출의 60%, 수익의 83%를 차지한다. 또 자선재단에 수익의 일부를 쓰고, 하루 8시간 근무제도 일찌감치 도입했다. 이 때문에 <비비시>(BBC)는 “타타그룹이 수십년 동안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모두 장밋빛은 아니다. 타타스틸이 코러스를 인수한 날 타타스틸의 주가가 11% 떨어졌다. 인수 작업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여, 큰 재정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으로 주가가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고,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신용등급 강등을 고려하고 있다. 철강 제품 가격이 떨어질 경우, 인수비용 만회는 2~3년보다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라탄 타타는 “장기적으로 회복은 상당히 희망적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7일 개막하는 인도항공쇼에서 F-16 전투기를 직접 몰 정도로 열정적인, 미혼의 라탄 타타.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채 75살까지 일하겠다는 그가 노익장을 더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세계 철강 생산 기업 순위 및 생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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