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의결권 차등을 통한 기업 지배
유럽 대기업 1/3. 미 상장회사 6%가 차등제 시행
구글, 창업자 주식이 의결권 10배…일반주주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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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쉐의 양대 주주인 포르쉐, 피에히 가문은 이 회사 주식의 절반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유통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두 가문이 사실상 포르쉐 의결권의 100%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쉐는 독일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폴크스바겐의 의결권 주식 27.4%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어떤 주주도 폴크스바겐 의결권의 20% 이상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의 폐기론이 나오고 있어, 두 가문이 폴크스바겐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출석률이 좋지 않은 ‘주주민주주의’의 세계에서 3분의 1 정도의 의결권은 회사 장악에 부족함이 없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폴크스바겐은 스웨덴의 트럭 생산업체인 스카니아의 주식 20%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주식의 의결권 차등제를 채택하고 있어 폴크스바겐의 의결권 주식은 실제 35.3%로 올라간다. 의결권 차등제는 일반 유통주식과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 사이에 의결권 차이를 두는 제도다. 두 가문은 포르쉐를 통해 스카니아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포르쉐는 한 가문이 타인이 지닌 거액의 돈을 이용해 어떻게 거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면서 “(이런 사례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5년 벨기에의 한 연구를 보면, 유럽 대기업의 3분의 2만이 모든 주식에 동등한 의결권을 주고 있다. 3분의 1은 의결권에 차이를 두고 있다. 미국 쪽 연구결과를 보면, 2002년 미국 상장 회사의 6%, 자본금 기준으로는 8%가 의결권 차등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잡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현재 의결권 차등제를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미 동등한 의결권을 기업공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차등제를 채택한 대표적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2004년 기업을 공개하면서 기존의 주식은 새로 발행한 주식에 비해 10배의 의결권을 갖도록 했다. 이 때문에 창업자들은 주식의 약 5분의 1만을 가지고 5분의 3 가량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잡지는 포르쉐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연쇄 출자와 의결권 차등제는 모든 주주를 골고루 이롭게 하기보다는 ‘권력자’에게 특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때 세계의 최대 신문 그룹인 선타임스미디어그룹의 전 최고경영자 로드 블랙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출자 방식으로 회사 주식의 20%만을 간접지배했으나, 의결권 차등제로 의결권의 70%를 행사했다. 이사회의 어느 누구도 그가 회삿돈을 빼돌리는 행위를 막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위험은 2세 경영 체제다. 능력이 출중한 사원들의 발탁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이다. 잡지는 와튼스쿨과 하버드 비지니스스쿨이 최근 의결권 차등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따, 과도한 의결권을 지닌 주식은 다른 주주들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의결권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결과는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또 다른 위험은 2세 경영 체제다. 능력이 출중한 사원들의 발탁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이다. 잡지는 와튼스쿨과 하버드 비지니스스쿨이 최근 의결권 차등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따, 과도한 의결권을 지닌 주식은 다른 주주들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의결권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결과는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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