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려면 돈 많이 들어’
세계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온난화 전쟁’에 대한 반발 기류가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생산회사인 피아트의 최고경영자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제조업체 로비단체를 이끌고 있는 서지오 마치오네 회장은 최근 “유럽연합이 지난달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조처는 매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현실적인 조처”라고 맹비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당 120g으로 의무감축하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160g 이상이다. 마치오네 회장은 일정상 의무감축 법제화가 2009년 이후에야 이뤄진다면서, 법제화와 시행 시기 사이의 3년 과도기는 “터무니 없이 짧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연합 감축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1대당 798~3990달러(75~370만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전했다. 이는 현재 유럽산 자동차들의 1대당 평균 영업이익액(62만원 이하)을 웃도는 액수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 20일 보고서를 내어,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강제감축 조처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신용도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도한 투자 부담과 소비자들의 소형차 선호로 지금도 이익률이 낮은 자동차업계의 수지 전망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업체들 사이에서도 베엠베와 메르세데스 등 대형차종을 주력생산하는 독일 업체들의 반발 강도가 더 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면 연료 효율이 높은 소형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업체들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미국에선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연비 기준 개선 정책에 대한 업체 쪽의 반발이 크다. 백악관은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에 한해 연비 기준을 4%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 최고경영자들과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 지도자들은 14일 하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일괄적인 연비 기준 높이기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재난에 가까운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