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든 취항 가능…항공사 경쟁 심해질 듯
내년 3월부터 유럽연합과 미국의 항공기들은 국적과 기종을 불문하고 상대 지역의 어느 도시든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항공사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항공요금이 떨어지고 항공사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22일 유럽연합 27개국 교통장관들은 만장일치로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항공노선 자유화 협정(오픈 스카이)을 승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금까지는 개별국가 사이의 양자협정에 의해 취항 노선이 정해졌다. 이 협정으로 유럽 항공기들은,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 도시들에서 미국 도시들로의 취항도 가능해졌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파리발 뉴욕행 혹은 런던발 시카고행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는 최근 다른 유럽 나라들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경우 유럽연합의 기착지 국가 항공기들과의 ‘손님 모시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뉴욕대 로스쿨의 마이클 레빈은 “항공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탈리아와 그리스, 폴란드 시장에 새로운 항공사들이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얼라이언스, 스카이팀과 같은 ‘항공사 연합체’ 사이의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유럽연합 항공사들은 유럽연합의 모든 지역과 미국을 오가는, 같은 연합체 소속 미국 항공사의 표를 팔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연합체 소속 타항공사에게서 표를 구입한 승객을 자사 취항 노선에 태우는 것만 가능했다.
항공사간 인수합병 열기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은 미국이 유럽연합을 단일 국가로 대우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적을 둔 국가 시민권자에 의해 소유되어야 한다”고 정한 미 항공규정이 더이상 인수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 없게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자크 바로 유럽연합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이 협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 항공교통량이 5년 이내에 50% 증가하고 유럽연합 항공사들 사이의 인수합병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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