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 저작권관리없는 음원 팔기로
‘내가 산 엠피3(MP3) 음악파일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음반사 이엠아이(EMI)는 2일 디아르엠(DRM·디지털저작권관리)이 없는 음원을 5월부터 약 30%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음원은 애플의 콘텐츠 공급 사이트인 아이튠스를 통해 보급된다.
디아르엠이란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기술을 말한다. 음원판매 사이트들은 각자 암호화된 고유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디아르엠을 채택하고 있어 아이튠스에서 다운받은 음악은 애플의 아이팟이 아닌 다른 기기에서는 들을 수 없다. 디아르엠 설치는 구매음원의 자유로운 사용을 침해하고 일부 기업의 시장 독점에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디아르엠을 제거하거나, 업체 마다 다른 디아르엠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이엠아이의 결정은 음반판매가 줄어드는 데 대응해, 디지털 시장을 공세적으로 개척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음반사들은 불법 음악파일 공유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 온라인에서 5억900만곡이 합법적으로 판매됐으나 50억곡이 불법 공유됐다.
다른 음반사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2월 “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의 3%는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것이며 나머지는 불법복제 됐거나 디아르엠이 없는 파일”이라며 디아르엠 제거를 통한 합법적 구매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아이튠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500만 곡 중 절반에서 디아르엠이 제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디아르엠 제거가 음반사들의 활로가 될지는 의문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주피터의 마크 물리건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음악산업에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라면서도 “음악산업에서 디지털 음원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0% (약 20억달러)정도이므로 디아르엠 제거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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