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원가절감·저연비모델 개발 3박자 맞아
러시아 정부의 한해 예산만큼 매출을 올리고, 일본 가전 대기업 6개사의 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낸 경이적 기업은? 답은 일본의 간판 기업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9일 2006 회계연도 연결결산 결과를 발표해, 23조9480억엔(184조51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23조2050억엔에 그친 미국의 지엠을 처음 젖혔다. 매출액 기준으로 자동차업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매출이 러시아의 국가예산(24조엔)과 엇비슷한 수준이며, 일본 예산(83조엔)의 35%에 해당한다. 5년만에 매출이 두 배 늘어났으니, 한해 평균 20%의 성장을 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19.2% 늘어난 2조2386억엔을 기록했다. 일본기업으로 사상 처음 2조엔대를 돌파했다. 올 1/4분기엔 자동차 판매대수에서도 지엠을 눌렀다.
도요타의 질주는 전례없는 엔약세에다 대대적 원가절감, 고유가 시대에 걸맞은 저연비 차량개발 등 3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 것이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율은 9.3%에 이른다.‘코스트 커터’(원가 절감주의자)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카를로스 곤 사장이 이끄는 닛산자동차(7.7%)를 6년만에 따돌렸다.
2만~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자동차의 완성차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은 편이다. 지엠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적자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높은 수익성을 무기로 막대한 잉여금을 신기술 개발과 해외공장 건설 등에 투입한다. 차종의 구성비율을 늘리고 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이익을 낳는 선순환 구조가 있다는 평이다. 특히 연비가 좋고 고장이 적으면서 가격도 비교적 싼 중소형차는 북미에서 대인기다. 북미시장에서 지난해 294만여대를 판매해 수익 확대를 주도했다.
지난해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원가절감 효과는 1천억엔대로 축소했다. 이전에 비해 수익을 견인하는 힘은 약해졌다. 대신 엔약세로 인한 환차익이 2900억엔으로 높게 나타났다.
도요타는 2년전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이 취임한 이후 조달 부품의 가짓수를 줄인 ‘밸류이노베이션(VE)’이라는 새 원가절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품업체들로부터는 “사실상 부품조달 가격인하”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원가절감을 위한 도요타의 욕망은 끝이 없어 보인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종원업들이 세계 1위에 안주할까 그게 걱정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자동차시장의 ‘감속’과 경쟁 격화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0.5%에 머물것이라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종원업들이 세계 1위에 안주할까 그게 걱정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자동차시장의 ‘감속’과 경쟁 격화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0.5%에 머물것이라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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