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배급제’로 대혼란…사재기·방화 잇따라
석유수출국기구(오펙) 제2위 산유국인 이란이 27일 0시부터 휘발유 배급제를 하면서 한밤중에 휘발유 사재기 행렬이 늘어서고, 방화로 주유소 10여곳이 불타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이란 정부는 자정을 불과 3시간 앞두고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배급제 확대를 전격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매달 개인용 차량은 휘발유 100ℓ, 휘발유 전용 택시는 800ℓ, 시간제 택시들은 600ℓ를 배급받게 된다. 한도액을 넘는 휘발유는 매우 비싸게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도했다.
발표 뒤 자정 전에 기름을 넣으려는 운전자들이 한꺼번에 차를 몰고 나오면서 주요 도로에는 수백 미터씩 줄이 늘어섰고, 주유소 17곳이 분노한 젊은이들은 공격을 받아 창문이 깨지고 불에 탔다. 테헤란 서쪽 푸나크의 주유소에서는 26일 밤 운전자들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불을 질러 3명이 불에 타 숨졌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이란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무릅쓰고 배급제를 시행한 것은 휘발유 수입과 국가 보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란은 세계 원유 매장량의 11%를 보유한 산유국이지만, 국내 정유시설이 부족해 하루 휘발유 소비량 7500만ℓ 가운데 약 40%를 수입하고 있다. 비싸게 수입한 휘발유에 거액의 보조금을 들여 ℓ당 9~11센트란 세계 최저 수준 가격에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 휘발유 소비가 매년 10%씩 늘어 정부 부담도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휘발유 보조금 25억달러를 책정했지만 올 8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서방이 앞으로 자국 핵 개발에 대한 유엔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휘발유 수입을 막아 경제를 마비시킬 것을 우려한다. 이번 조처는 이에 대비해 휘발유 수입을 줄이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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