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증권 트레이더가 9일(현지시각) 장 마감시간을 몇 분 앞두고 시황판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3%나 떨어졋다. 뉴욕/AFP 연합
국내 금융시장 함께 휘청 실물경제 아직 ‘영향권 밖’
세계경제 위축·소비심리 냉각땐 파장 커질 수도
국내 금융기관 투자 ‘서브프라임 채권’ 2천억 규모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사태가 더 악화되면 국내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국내 금융시장에도 불똥=10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채권금리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하루종일 요동쳤다. 정부도 긴급 금융시장 점검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오후 임영록 재경부 2차관 주재로 금융감독위, 한은 관계자 등과 함께 국제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13일 오전에는 김석동 재경부 1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은도 이날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 등의 공개 시장조작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이 사태로 국내 금융기관들이 입을 직접적인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모기지 관련 채권은 모두 8천억원 정도이고 이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채권은 2천억원 정도다. 이 중 일부가 손실이 난다고 해도 국내 은행들 자산규모로 미루어 볼 때 국내 금융기관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단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증시다. 증권가에서는 증시의 대세상승 기조는 꺾이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선 누구도 어디까지 갈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영호 제이피모건 서울지점 본부장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 급락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될수록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심해지고, 이는 외국인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7411억원을 순매수해 증시 대기자금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1750~1800을 1차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
신흥시장 통화의 동반 약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도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위축 우려, 주가하락 등으로 채권가격도 한동안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 소비·수출에 끼치는 영향=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 실물경제에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은과 정부는 아직까지 이 사태가 국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좋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서브프라임 문제가 전세계로 본격 확산돼 유동성 축소, 자산가격 하락, 경기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국내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온 수출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 쪽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콜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소비심리 회복에 큰 몫을 담당했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소비심리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수출의 견조한 상승세와 소비의 완만한 회복을 쌍끌이로 삼아 가시화되던 국내 경제회복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김경락 윤은숙 기자 shan@hani.co.kr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가능성 희박! 제2금융권, 집값 하락땐 부실화 타격
주택대출 유동화 안돼 파급 제한적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일어날까? 국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성격의 대출을 해 온 금융회사는 상호저축은행·할부금융회사·새마을금고·대부업체 등이다. 이들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은 2006년 말 현재 46조6000억원이다. 대부분 만기가 1~2년으로 짧고, 원금 상환도 만기에 모두 갚는 방식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자(시행사)에게 토지 매입 계약금 등을 대출해 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우려도 자주 지적된다. 저축은행이 취급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현재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6.7%를 차지한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거치기간이 끝나 내년부터 원금도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4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 내년부터 채무 상환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미국과 사정이 다른 점이 많아 현재로선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경우 연체율은 3월 현재 13.8%에 이른다. 반면 국내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평균 9% 수준이다. 또 국내 시중은행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을 50% 정도로 줄여 ‘면역력’을 높였다. 지난 5년 동안 강남 아파트 값이 183%나 오르는 등 집값 거품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집값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가 담보를 주택저당채권(MBS)으로 발행하고 이를 투자은행 등이 사들여 큰 손실을 보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저축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금을 유동화시키지 않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제2금융권이 타격을 받더라도 은행으로 위기가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국내 금융기관 투자 ‘서브프라임 채권’ 2천억 규모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사태가 더 악화되면 국내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국내 금융시장에도 불똥=10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채권금리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하루종일 요동쳤다. 정부도 긴급 금융시장 점검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오후 임영록 재경부 2차관 주재로 금융감독위, 한은 관계자 등과 함께 국제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13일 오전에는 김석동 재경부 1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은도 이날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 등의 공개 시장조작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이 사태로 국내 금융기관들이 입을 직접적인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모기지 관련 채권은 모두 8천억원 정도이고 이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채권은 2천억원 정도다. 이 중 일부가 손실이 난다고 해도 국내 은행들 자산규모로 미루어 볼 때 국내 금융기관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한국 경제 영향
원-달러 환율 추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가능성 희박! 제2금융권, 집값 하락땐 부실화 타격
주택대출 유동화 안돼 파급 제한적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일어날까? 국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성격의 대출을 해 온 금융회사는 상호저축은행·할부금융회사·새마을금고·대부업체 등이다. 이들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은 2006년 말 현재 46조6000억원이다. 대부분 만기가 1~2년으로 짧고, 원금 상환도 만기에 모두 갚는 방식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자(시행사)에게 토지 매입 계약금 등을 대출해 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우려도 자주 지적된다. 저축은행이 취급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현재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6.7%를 차지한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거치기간이 끝나 내년부터 원금도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4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 내년부터 채무 상환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미국과 사정이 다른 점이 많아 현재로선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경우 연체율은 3월 현재 13.8%에 이른다. 반면 국내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평균 9% 수준이다. 또 국내 시중은행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을 50% 정도로 줄여 ‘면역력’을 높였다. 지난 5년 동안 강남 아파트 값이 183%나 오르는 등 집값 거품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집값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가 담보를 주택저당채권(MBS)으로 발행하고 이를 투자은행 등이 사들여 큰 손실을 보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저축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금을 유동화시키지 않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제2금융권이 타격을 받더라도 은행으로 위기가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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