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클린턴과 경제커플” 회고록서 고백…금리 상승 가속화 경고
18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재직하다 2006년 초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17일께 시판될 회고록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혹평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평생 공화당원임을 자처해은 그린스펀은 회고록 <격동의 시대-신세계에서의 모험>에서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 부자와는 협력관계를 맺기를 고대했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방만한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들을 거부하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성장배경이나 음악적 취미 등에서 공유하는 게 없었지만 ‘경제 커플’이라고 할 정도로 조화를 이루며 격의 없는 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에 입각해 국가경제 전반을 직관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으며,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과감히 추진하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그린스펀은 의회의 압력과 물가상승 억제의 어려움 등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두자릿수로 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물가안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겠지만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의회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이 압력에 굴복하면 현재 2%를 약간 넘는 물가상승률이 2030년까지 평균 4∼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렇게 되면 5% 아래에 머물고 있는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이 적어도 8%까지 급등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가 서서히 끝나가면서 물가를 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최근 중국산 수입품 가격과 장기금리의 상승은 이런 추세가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린스펀은 이와 함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정치적으로는 불편하겠지만, 이라크 전쟁은 주로 석유 때문”이라고 밝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동기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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