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상 압박에 환율방어 비상 이중고
고유가와 달러 약세의 지속으로 아시아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통제력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 수출주도형 경제에 제동이 걸렸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환율 방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1일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을 9~11% 인상했다. 중국이 석유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에선 지난 9월부터 상하이와 광저우 일대에서 정부의 유가 통제에 따른 정유업체의 손실 증가와 중간상들의 사재기로 석유 공급이 달리면서 2천여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조처로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일제히 t당 500위안(약 6만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은 t당 5480위안에서 5980위안으로, 디젤유 가격은 5020위안에서 5520위안으로 올랐다. 중국은 이어 철도와 항공 화물운송료도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조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일 전망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6.5%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6.2% 올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은 이런 급박한 물가 상승이 사회 불안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에선 디젤유 가격을 올린 데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정치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태로 발전한 바 있다.
대만 또한 유가를 통제해왔으나, 국제 유가와의 괴리가 커짐에 따라 2일 석유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대만을 비롯해 타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보조금 지급을 통해 유가를 통제해온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인상 압력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일본 석유회사들은 이날부터 휘발유 가격을 ℓ당 4~6엔 인상했다.
급속한 달러 약세로 수출주도형 아시아 나라들은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한국과 인도, 필리핀, 홍콩이 최근 달러를 대규모로 매입해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견제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달러 환율이 1997년 8월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900원에 근접하자 7억달러를 사들였다. 홍콩도 달러 환율이 7.75홍콩달러로 떨어지자 10억달러를 사들였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아시아 증시의 거품 논란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달 18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지금까지 8820억달러의 자금이 중국과 인도 증시로 유입됐다. 이는 두 나라의 증시 자금을 합친 규모의 3분의 1에 이른다. 인도 중앙은행은 증시 과열 억제를 위해 30일 올 들어 4번째로 은행지준율을 올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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