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 “생산비용과 무관…금융파생상품도 한몫”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한 국제 유가의 절반 정도는 투기자금의 원유 시장 유입에 따른 상승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석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03년께부터 석유선물시장에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투기자금이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내면서 운영 규모가 확대되고, 그것이 다시 시세를 끌어올리는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유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생산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기존 대규모 유전에서는 1배럴에 3~8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만의 심해 유전이나 사할린 앞바다 유전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새 유전에서도 30달러가 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원유 시세는 생산 비용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 석유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90달러가 넘는 원유 가격 가운데 40~50달러는 투기 자금의 유입에 따른 상승분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성장국의 수요 증가에 따른 상승분은 10~20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기자금은 지난 8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하자 위험 회피를 위해 원유 선물시장에서 일단 빠져나갔다. 그 뒤 중동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선물 가격이 급등하자 투기자금 유입이 재개돼 유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그 결과 유가는 8월 중순에 비해 약 40% 가까이 올랐다.
이들 투기자금의 금융파생상품 거래도 유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투기자금은 대체로 1배럴당 90달러 안팎을 꼭지점으로 보고 그 지점에 도달하면 매도로 전환하는 옵션 거래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유가가 90달러선을 돌파하자 부랴부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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